정태헌 경국대학교 소방방재학과 교수.

"샌드위치 패널 화재 대응 매뉴얼은 있지만, 현장에서는 결국 진입 여부를 지휘관 판단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구조입니다."

정태헌 국립경국대학교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12일 남도일보와의 통화에서 전남 완도 냉동창고 화재로 소방대원 2명이 재진입 과정에서 숨진 사고의 원인 중 하나로 소방 대응 매뉴얼과 급박한 현장 간의 괴리를 짚었다.

정 교수는 "샌드위치 패널 구조 건축물은 소방관 안전을 담보하기 어렵다"며 "완전히 불이 꺼졌다고 판단되기 전에는 내부 진입을 제한하도록 명문화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어 "현장 판단에 맡기기보다 이를 지원하는 체계를 마련하고, 진입 기준을 보다 구체화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통상 샌드위치 패널 구조 건물은 내부에 우레탄폼 등 가연성 자재가 포함돼 있어 겉으로는 불길이 잡힌 것처럼 보여도 내부에서는 연소가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 특히 밀폐된 공간에서는 연기와 열이 빠져나가지 못해 급격한 확산이나 폭발, 2차 붕괴로 이어질 위험도 크다.

현행 소방청 ‘샌드위치패널 공장·창고 화재 대응절차(SOP 240)’에는 연기 색상, 구조 변형 여부, 접합부 온도 등을 종합해 건물 내부 진입 여부를 판단하도록 구체적인 기준이 마련돼 있다. 매뉴얼 자체는 충분히 갖춰져 있다는 의미다.

문제는 현장과 매뉴얼 간 괴리다. 1분 1초를 다투는 급박한 상황 속에서 결국 현장 지휘관의 판단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것이다. 소방대원들은 화재 진압과 동시에 내부에 남아 있을 수 있는 인명을 구조해야 하는 임무를 수행한다. 정 교수는 "소방관들은 화재 진압보다 내부 인명 구조에 더 촛점을 둘 수밖에 없다"며 "시간이 지날수록 연기로 인한 사망 위험이 커지기 때문에 위험을 감수하고라도 진입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했다.

이 같은 상황은 지난 2024년 2월 경북 문경 공장 화재에서도 발생했다. 당시에도 내부에 사람이 있을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소방관들이 진입했고, 이후 화재 확산과 붕괴로 인명 피해가 발생했다. 불에 잘 타는 샌드위치 패널의 화재 SOP가 별도로 마련된 배경이기도 하다.

해외에서는 위험이 일정 수준을 넘으면 진입 자체를 제한하는 원칙을 명확히 두고 있다. 미국은 폭발 가능성이 있거나 붕괴 위험이 있는 현장에는 소방관 투입을 제한하고, 영국은 위험이 크다고 판단될 경우 외부에서 대응하는 방식으로 전환한다.

정 교수는 "국내 소방 매뉴얼은 화재 진압과 인명 구조 측면에서 세계적으로도 높은 수준"이라면서도 "현장에서는 화재 확산과 인명 구조를 동시에 고려해야 하기 때문에 진입 여부 판단이 쉽지 않고, 결국 지휘관 개인의 판단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