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가 전통시장 혁신 사업에 나서며 미관과 소방시설을 동시에 정비한다. 다만 소방 설비 설치를 넘어 꾸준한 소방안전 교육과 시설 관리가 뒤따라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30일 서울시에 따르면 ‘디자인혁신 전통시장’ 사업을 통해 신중앙시장의 디자인 혁신 뿐 아니라 소방 인프라까지 마련된다. 미관 개선 사업으로 알려진 디자인혁신 전통시장 추진 과정에서 안전성 개선까지 고려했다는 것이다.
해당 사업은 시장의 역사성, 골목 구조, 상권 특성을 공간 디자인에 반영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시장의 경관과 콘텐츠를 통합 개선해 문화·관광 거점으로 바꾸겠다는 취지다.
새 천장인 ‘루프웨이브’ 목조 지붕은 내화구조를 인정받은 ‘글루램’ 재질로 구성된다. 마감재 역시 미국 내 최고 안전 등급을 받은 ‘폴리카보네이트’ 난연 소재다. 화재 시 탄화층이 만들어져 연소 속도가 느린 것으로 알려졌다.
효과적인 화재 대응을 위해 다양한 소방 설비도 설치된다. 스프링클러와 연결살수장비, 자동 화재감지기, 외부에 수막을 만들어 불길 확산을 막는 ‘드렌처’ 장비가 도입된다. 대피 유도등을 심고 노후 전선을 정비하는 등 대책도 마련됐다.
30일 서울 중구 신중앙시장 이동통로 바닥에 매립식 소화전이 설치돼 있다. 최희령 기자같은 날 방문한 서울 중구 신중앙시장은 소방시설이 다소 미비한 상황이었다. 별도 스프링클러나 수동살수장비는 없었다. 지하 수도관과 이어진 매립식 소화전과 소화기, 화재알림 수신·발신기 등이 전부다. 규모상 스프링클러 의무설치 대상이 아니기 때문이다.
신중앙시장의 매립식 소화전은 총 4개로, 측면 연결통로 바닥에 위치해 있다. 입구에서 약 30미터 떨어진 경우도 있었다.
화재 발생 시, 취약한 구조도 안고 있다. 275m 길이에 4095제곱미터(㎡) 규모로, 중심 거리와 16개 연결통로를 따라 226개 점포가 늘어서 있다. 시장 통로 인근에는 주택, 상가 등 건물이 밀집돼 있다. 섬유, 목재, 도자기 공방 등이 빽빽하게 위치한 지하 ‘창작아케이드’도 계단으로 이어져 있다. 지하 통로는 지하철 2·6호선 신당역과도 연결된다.
서울시 '디자인혁신 전통시장' 신중앙시장 조감도. 서울시 제공전문가는 다양한 소방 설비 설치를 넘어 시·구청 측의 지속적인 관리가 병행돼야 한다는 의견을 내놨다. 소방 설비 특성상 언제든 가동 준비가 돼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정태헌 국립경국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드렌처 등 소방 설비는 관리가 중요한데, 설치 후에도 소화용수 공급 상황 등을 모르면 효력이 떨어진다”며 “법적으로 정해진 소방대상은 1년에 한번씩 종합점검과 작동기능점검을 거쳐 관할 소방서에 보고하는 시스템이다. 사업이 진행되는 전통시장이 그 대상에 해당하는지가 관건”이라고 이야기했다.
전통시장 공간과 운영 구조상 상인들의 화재 안전 의식을 높일 수 있는 교육과 대피 시스템 구축이 병행돼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정 교수는 “아침부터 저녁까지 유동인구가 많은 전통시장 특성상, 재산 피해뿐 아니라 인명사고도 고려해야 할 부분”이라며 “방문객이나 시장 상인 등을 대상으로 체계적인 화재안전 교육이나 인식 개선 노력이 꾸준히 이어져야 한다. 무엇보다 인구밀집 장소는 연기 질식으로 인한 피해가 커 경보장치나 대피 시스템 구축이 필수”라고 제언했다.
지난 22일 서울 중구 신중앙시장에서 '디자인혁신 전통시장' 제 1호 기공식이 열리고 있다. 연합뉴스서울시는 디자인혁신 전통시장 사업 대상을 순차적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신중앙시장에 이어 서울 종로구 통인시장, 동대문구 청량리종합시장 공사가 예정돼 있다.